닉 변경, 새 기분으로 새 시작…… 하려다 말았슴다.
by 용당주
[감상] Radiant Silvergun. - 성스러운 총은 무엇을 쏘았을까? (2003/12/18)
Radiant Silvergun
성스러운 총은 무엇을 쏘았을까?


   「축복 받은 은으로 총알을 만들게! 그것만이 늑대 인간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 영화 【늑대 인간】
   「후후는 생각했다. (늑대는 배가 고팠을 거야.)」 - 소설 【꿈배】
   「너희는…… 항상 그래왔어. '늑대가 멸종돼도 누구하나 곤란할 것 없어.' , '돈도 안 되는 비둘기 따위 필요 없어.'」 - 만화 【이름 없는 꽃】

하나. 슈팅 게임Shooting Game.


   【레이디언트 실버건Radiant Silvergun】은 새턴이라고 하는 가정용 게임기로 발매된 슈팅 게임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임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은 특히 심오한 주제라든가 복잡한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진 특징, 슈팅이라고 하는 장르가 가진 특징을 스토리와 가장 잘 융화시켰기 때문이다. 우선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징, 슈팅이라고 하는 장르의 특징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먼저 하나. 게임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놀이, 유희, 오락 등으로 번역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놀이고 유희인가? 사전을 뒤져서 그 해답을 찾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존재하는 현상에서 그 본질을 찾아내는 쪽이 현명할 것이다.

   일단 현상 하나. 반드시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 현상 둘. 내가 참여하지 않는 게임은 재미없다. 현상 셋. 내가 패배하는 게임은 재미없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게임이든 이 세 가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규칙이란 제한이다. 가장 원형적인 게임, 가위바위보를 예로 생각해보자. 참가자는 가위/바위/보의 셋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질 것 같아서 아무 것도 내지 않는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여기에는 가위는 보를 이기고, 보는 바위를 이기고, 바위는 가위를 이긴다는 규칙이 붙어 있다. 상대와 같은 것을 선택하면 비기고, 상대보다 약한 것을 선택하면 지며, 상대보다 강한 것을 골라야 승리한다. 그렇다. 나는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승리하기 위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다'. 그리고 이것이 게임의 가장 큰 요소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게임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거기에는 상대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가위바위보를 예로 들면, 혼자서는 가위바위보를 할 수 없다. 반드시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는 그 규칙을 알고 있고, 나에게 이기기 위해서 머리를 굴린다. 그래서 나는 승리하기 위해 상대가 낼 수를 먼저 생각하고, 그 수를 이길 수 있는 수를 내야 한다. 적어도 이 첫 번째 공방전은 운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공방을 벌인다면? 이때는 단순한 확률 싸움의 문제(이기거나 질 확률이 66%)가 아니다. 냈던 수를 다시 내는 것은 꺼림칙하다. 그렇다면 이번에 내게 될 수는 지난번에 내지 않았던 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 이쪽의 빈틈을 찔러올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가 저 수는 내지 않겠지'라고 생각한 이 쪽이 수의 제한을 받는 상황이 된다. 그렇기에 이쪽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 과정이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게임이란 결국 Action과 Reaction의 반복이다. 내가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행동 : Action), 어떤 것이 돌아온다(반응 : Reaction). 나는 저 반응에 대응하고, 상대는 다시 그것에 반응한다. 이것이 반복되는 과정을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고 하고, 이것이 게임의 본질이다.

   다음은 슈팅Shooting. 쏘는 게임. 한 때 오락실의 대명사였던 '뿅뿅'하는 소리는 바로 슈팅 게임인 갤러그에서 나온 것이었다. 슈팅 게임은 탄을 쏘는 것(Shoot)이 기본이고, 그것을 통한 적의 파괴가 결과가 된다.

   갤러그의 음향에서 강조되어 있는 것은, 오로지 탄의 발사음과 적의 파괴음뿐이다. 적에게 탄을 쏘고, 그것에 의한 적의 파괴를 즐긴다. 파괴.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곧 적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이 슈팅의 묘미는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다.

   그러나 파괴만이 슈팅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슈팅 게임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사실 두가지이다. 하나는 목적과 결과로서의 '파괴', 다른 하나는 제약과 영웅성으로서의 '생존'. 슈팅 게임의 공통점이라면, 너무나도 죽기 쉽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제약은 무차별적인 파괴를 막으면서, 플레이어에게 영웅성을 안겨준다.

   빼앗긴 아두를 되찾기 위해서 적의 본진으로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조운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만약 그게 고질라거나 슈퍼맨이었다면, 그 장면은 그렇게까지 멋진 장면일 수 없다. 그러나, 조운은 인간이기에, 금방이라도 죽을 수 있는 인간이기에 그 장면이 영웅의 것으로 채색되는 것이다.(그것 때문에, 대부분의 슈팅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여야 하는 것은 '마지막 희망'인 것이다.)

   【파괴를 그 목적으로 하면서도, 생존의 어려움으로 영웅성을 획득한 게임】, 그것이 바로 슈팅 게임의 본질이다.

둘. 레이디언트 실버건의 스토리.

Prologue.


   우주순양함 TETRA에 있는 멤버들의 소개가 시작된다. 함장인 텐가이, 신형 전투기 ' 레이디언트 실버건 ' 의 테스트 파일럿인 바스터(1P), 레아나(2P), 가이(조작 불능.), 로보노이드인 크리에이터.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지구방위군의 장관(가이의 아버이지기도 하다.). 그들은 기원전의 지층에서 나온 돌 모양의 물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크리에이터는 그 돌 모양의 물체와 함께 발견된 '자신과 같은 타입의 로보노이드'의 잔해 화면을 바라본다.

   그때 지구연방군의 과학연구시설에서는 돌 모양의 물체와 로보노이드의 기억 데이터를 조사하고 있었다. 로보노이드의 기억 데이터를 읽어내고, 그 내용에 경악하면서 돌 모양의 물체 - 로보노이드의 기억 데이터에 '그것'이 남아있었다! - 를 바라보는 순간, 돌 모양의 물체가 빛을 발한다.

   과학연구시설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갑자기 정체불명의 적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령부는 비상경보를 발령하고, TETRA의 멤버는 전투배치에 들어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먼 곳에서 잡은 지구의 한곳에서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조용한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서기 2520년 7월 14일…… 이날 세계는, 소멸했다. 우리들 네명과, 한 대의 로보노이드를 남기고.'

   오프닝은, 무척이나 밝은 분위기로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처리된 이 오프닝은, 최후의 나레이션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다.
   …… 레이디언트 실버건은, 암울해서는 안되는 아픈 이야기이기 때문에.

Stage-3 귀환Return.
서기 2521년 7월 13일 11:00


   위성궤도에 머물고 있던 TETRA는 에너지와 식량의 부족 때문에 지상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전 싸웠던 적들과 다시 교전하며 나아가는 그들 앞에, 1년 전 발굴되었던 돌 모양의 물체가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낸다.

   [귀환]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스테이지는, 레이디언트 실버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스테이지의 번호 뒤에 타이틀이 붙고 그 아래쪽에 '현재의 시간'이 표시되는 이 표기 방식은, 처음부터 이 게임의 흐름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이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대사 속에서 배려하고 있다.(스테이지 시작 당시 뛰쳐나가는 가이를 보고 레아나가 [ 아…… '또' 나가버렸어. ], 보스에게 붙들려 있는 가이를 구해주는 바스터가 [ 이걸로 '두 번' 빚진거다? ] . )

   타이틀 역시 의미심장하다. Return이라는 것은, 일단 1년 전에 도망쳐야만 했던 TETRA의 귀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이야기의 핵심인 '루프(Loop)' 가 ' 시작되었다 ' 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것은, 플레이어의 'Action(작용)'을 받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Reaction(반작용)'을 플레이어에게 다감각적 수단으로 나타낸다. 그 이후로는 Action이 생겨나지 않고, 오로지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Reaction이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게임은 자신의 본질인 'Interaction(상호작용)' 을 손에 넣어 게임이 된다.

   Interaction이란 바로 Reaction과 Reaction의 루프를 말한다. Interaction을 손에 넣은 게임과 플레이어의 사이에는 우선권이 없다. 게임은 스스로에게 부여된 룰에 맞춰 반응하고, 플레이어는 그 게임에 반응한다. 그리고, 최초에 Action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최초의 Action, 게임을 게임으로 만드는 Action. 그것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기에 전원을 넣는 플레이어의 것이다. 그리고 Return이라는 타이틀은 그런 플레이어에게 말한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레이디언트 실버건이라는 이름의 루프에게로.'

   적어도 레이디언트 실버건에 있어서 플레이어의 Action은 '시작'이 아니다. 그것은 '귀환Return' 일 수밖에 없었다. TETRA처럼 눈앞에 있는 것이 루프라는 것을 알면서도, 파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작고 부질없는 희망을 확인하기 위해서.

Stage 2-회상록Reminiscence.
서기 2520년 7월 14일 21:00


   1년 전의 일이다. 사령부가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이는 레이디언트 실버건을 타고 출격해 버린다. 그 뒤를 쫓아간 TETRA는 사령부가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장관은 그들에게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하며 그들에게 다음 지령이 올 때까지 위성 궤도에서 대기하고 명령한다.

   잠시 후, 지구의 한곳에서 빛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세계의 파멸을 알리는 매혹적인 섬광이었다.

Stage 4-회피Evasion.
서기 2521년 7월 13일 12:00


   다시 현재로. TETRA의 멤버들은 돌 모양의 물체를 보고 당황한다. 크리에이터는 사령부의 기억 데이터가 있다면 저것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텐가이는 사령부로 향한다. 갑자기 나타난 제5전투부대의 우주순양함 PENTA를 쓰러뜨리고, 크리에이터는 사령부의 기억 데이터를 찾기 위해 사령부 안으로 들어간다.

Stage 5-희생자Victim.
서기 2521년 7월 13일 15:30


   크리에이터가 기억 데이터를 조사하는 것을 기다리는 TETRA의 멤버들. 돌 모양의 물체는 커다란 적들과 함께 다시 한번 그들을 습격한다.

   레이디언트 실버건으로 적들을 거의 다 쓰러뜨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돌 모양의 물체는 한 대의 전함을 불러낸다. 전함의 주포는 사령부 건물을 직격하고, 무너져내리는 건물을 TETRA가 몸으로 받아낸다. 크리에이터의 상태를 걱정하는 텐가이, 텐가이에게 위험하다고 외치는 바스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두 번째로 쏘아진 주포가 TETRA를 직격한다.

   분노한 가이는 自機를 몰아 적 전함의 주포를 향해 달려들고, 텐가이도 TETRA를 몰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전함에게 특공을 건다. 제발 그만두라고 외치는 레아나의 비명과 함께 대 폭발이 일어난다.

   [희생자]라는 타이틀의 Stage 5는, 의문스럽던 이야기가 정리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레이디언트 실버건의 주제이기도 한 [생명]이 시작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Victim이라는 단어는 Sacrifice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Sacrifice가 어떤 종류의 신성함까지 지닌다면, Vitcim은 피해자라는 의미가 강하다. 가미가제神風류 돌격에는 질려버린 사람도 많겠지만, 조금 삐딱한 눈으로 쳐다보면 어떨까. 가이와 텐가이를 '희생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바스터와 레아나, 그리고 크리에이터를.

   누군가를 희생시킨 다음에는, 그 희생을 멋대로 미화해도 좋다. 죽은 다음에 '그래도 살고 싶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면, 죽은 자의 생명과 자신의 생명을 비교하는 것은 오만 아닌가. 사실은 약하디 약하면서, 뭐가 그렇게도 대단해서 세계에 대해서까지 책임지려 하는 건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먹힌 자에 대한 예의는 충분히 지킨게 아닐까. 먹힌 자의 죽음을 미화해서라도 양심의 가책을 덜려 하는 얄팍한 심리 역시 비참하니까, 용서해주지 않을까.

   …… 그래도, 역시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마음의 어딘가가 아프다.

Stage 6-기원The Origin.
서기 2521년 7월 13일 17:10


   돌 모양의 물체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레이디언트 실버건의 파일럿인 바스터와 레아나, 그리고 크리에이터뿐. 이길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바스터에게 크리에이터는 격려의 말을 하고, 로보노이드에게 격려 받은 것에 머쓱해하면서도 둘은 출격한다. 사령부의 기억 데이터를 보았던 크리에이터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두 명에게 머리카락을 달라는 기묘한 부탁을 하는데.

   그리고 싸움을 시작하는 레이디언트 실버건 앞에, 돌 모양의 물체는 기묘한 적들을 차례대로 내보내기 시작한다.

   …… 진화의 시초인가. 원생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의 적.

   [당신들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은 바로 나I gave you lives. 올바르게 진화해 갈 수 있도록……So that you make good progress. 하지만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But you couldn't understand……]
   ……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물고기 형태의 적.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것입니다You must do it over again. 왜 그걸 모르는 거죠? Why can't you see?]
   …… 생명은 물에서 벗어나 육지로 올라왔다. 거북이 형태의 적.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세요Feel visible matter……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세요Feel invisible matter. 그곳에 생명이 있어요There is life everywhere.]
   …… 가벼운 것은 떠올라 바람이 되고, 날개가 되었다. 새 형태의 적.

   [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스스로 깨닫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날이 오리란 것을But I believe the day when you understand your self and live together would come.]
   …… 그리고, 자기 자신이 적으로 돌아선다. 적은 인간이니까.

   위성 궤도에서의 접전이 끝나고, 모든 적을 쓰러뜨린 바스터와 레아나는 돌 모양의 물체를 주시한다. 싸움은 끝난 것인가? 적들을 '쓰러뜨렸으니까' 이제 모두 끝나는 것인가?

   …… 그들을 위해서, 세계가 일그러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6 스테이지는, 레이디언트 실버건이 가진 메시지를 전부 드러내고 있다. 너무나도 분명해서 유치할 정도까지 느껴지는 이 메시지는, 슈팅 게임이 가지는 '이야기를 전달할 시간이 짧다'라는 단점에 정면도전하고 있다. 집중도를 무척이나 높여놓은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토해낸다. 그동안 쌓아왔던 피드백과 함께 아주 효과적인 은유를 섞어서. 이 - 어떤 사람의 평에 의하면 노골적이고 천박한 - 주제 전달이 유치함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아직 하나의 스테이지와 엔딩이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6 스테이지에서는 진화의 과정이 재현된다. 그리고 인류가 죽여온 것들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생명의 진화를 의미하는 적들을 쓰러뜨려 나가면, 최후에 거대한 인간이 나타난다. 그리고 레이디언트 실버건에 의해서 쓰러진다.

   레이디언트 실버건Radiant Silvergun. 빛나는 은(의)총. Radiant라는 단어는 찬란한, 성스러운, 축복 받은…… 등의 의미. 그리고 은으로 된 총알은 늑대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늑대인간을 죽이기 위한 총알은 '축복 받은' 것이어야만 했다. 늑대는 배가 고팠으니까 희생물을 죽여야 했고, 인간들은 그 늑대를 죽여야만 했으니까. 똑같이 생명을 받은 자들끼리 죽여야 했으니까, 인간들은 자신들이 '축복 받았다' 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죽여왔던 것들, 고대의 토템totem으로서 강하고 무서운 존재였을 그것들은 모두 늑대인간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된 것이다. 그에 맞서는 것은, 이제 그들밖에 남지 않았기에 살아남아야만 하는, 나의 생명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것을 허락 받은 - 축복 받은 - 은으로 만들어진 총Silvergun. 그리고 최후의 탄환이 마지막 늑대인간의 숨통을 끊었다. 끝난 것인가? 이제 모두 끝난 것인가?

   …… '파괴'는 끝났다. 남은 것은 '생존' 뿐이다.

Stage 1-Link
기원전 100000년 7월 13일 18:06
시간의 어딘가somewhere in time.


   일그러진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바스터와 레아나가 본 것은, 마치 지구에 안긴 듯한 모습이 되어있는 돌 모양의 물체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레이디언트 실버건은 아무런 공격도 행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만, 적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목소리들. 인간들의 목소리. 허공을 떠도는 그 목소리들이, 정신 없이 공격을 피하는 그들에게 새겨지고 있었다. 그들, 인간들이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되돌리는 것처럼. 가장 작은 목소리로, 다른 목소리들에 짓눌리면서도 들려오던 목소리. 포기하지 말아あきらめない. 그 작은 목소리는, 공격이 멈추고 다른 목소리가 모두 침묵했을 때 다시 한번 들려온다.

   【나를, 좋아하나요わたしの こと, あいしてる?】

   Stage 1, Link라는 타이틀을 가진 스테이지. 시간적으로는 어떤 스테이지보다도 앞이기 때문에, Stage 1이 되었다. Link라는 이름답게, 이 긴 파멸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된다. 싸우면서 돌 모양의 물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목소리들이 모두, 인간들이 살아오며 남긴 목소리이리라.

   지구와 한 몸이 된 적을 공격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단순히 기체의 탄환이 바닥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 중에 있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었다. 텐가이는 돌 모양의 물체가 처음 만났던 때에 비해서, 80배나 에너지 반응이 올라 있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 그것은 원래 파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돌 모양의 물체는, 인간이 파괴하려고 마음먹으면 그것을 그 이상으로 되돌리는 존재가 아닐까?

   최후의 스테이지에서 레이디언트 실버건은, 스스로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제 '파괴'는 봉인되었다. 쓰러뜨리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남은 것은 산다, 살아남는다…… 라고 하는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 '생존'뿐인 것이다.

   게임 상에서는 화면 상단에 숫자가 쓰여있고, 그 숫자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렇지만 아마 그런 표기가 없었다고 해도 바스터와 레아나,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으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단 둘밖에 남지 않은 세계에서 바스터와 레아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남자와 여자로서 사랑할 수 있었을까? 자식을 많이 낳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말하면서 웃었을까? 그에게,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자신뿐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위로하려고 했을까? 그들은 대체 무엇을 믿고 싸웠던 걸까. 정말로, 그들이 최선을 다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걸까?

   그래도 그들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살아남으려고 해야만 했다. 최후의 최후,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미소짓고 있더라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그것을 사람들은 '희망'이라고 부르고 있다.

Epilogue.


   돌 모양의 물체는 폭발을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폭발 영역에서 벗어나려 하는 바스터와 레아나였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하고 둘은 장렬하게 산화하고 만다. 그리고 기원전 100000년의 대지에 떨어진 크리에이터는 바스터와 레아나로부터 받은 머리카락으로 그들을 복제해 낸다. 다시 한 번 아담과 이브가 되어줄 그들을 보면서, 노화한 크리에이터는 살짝 미소짓고 나서 수명이 다 되어 부서지고 만다.

   그리고 2520년, 돌 모양의 물체와 로보노이드의 잔해가 발견되고 이야기는 반복된다. 돌 모양의 물체는 인간에 의해 부서지고 엉망이 되어버린 자연을 대신해 인간을 벌하고, 크리에이터는 그렇게 될 것임을 과거의 기억 데이터에서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바스터와 레아나를 다시 만들어낸다.

   루프는 끝없이 계속되고,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인간이 아무리 잔혹한 일을 되풀이해도, 크리에이터(창조주)는 인간에게 희망을 품고 있다. 언제까지라도…….


   슈팅 게임은 살아남기 위해서 파괴한다.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친 듯이 날아드는 총탄을 피하면서, ' 내가 살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적을 죽인다 ' 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적을 죽여가던 플레이어는 6 스테이지까지 전혀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후의 1 스테이지. 공격이 봉인된 플레이어는 당황하게 된다. 그것도 잠시, 멍해진 표정으로, 아니 다급한 표정으로 회피하기 위해서 미친 듯 방향키를 눌러대는 플레이어는 '살아남는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종막. '살아남았다'라는 생각으로 안도하던 플레이어는, 생명이라는 것,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간이란, 생명이란 것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 이미 몇 번씩이나 반복한 뒤이지만 - , 언젠가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 에 의해서 '태어난 것' 이라는 이야기를.
by 용당주 | 2003/12/18 00:00 | 감상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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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ecret Garden at 2005/10/19 08:43

제목 : RADIANT SILVERGUN SOUNDTRACK+
* 게임 본편 내용에 대한 여러가지 까발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레디언트 실버건이란 슈팅 게임을 완전히 하시지 않은 부분은, 주의 하시면서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진은 제가 스캔 한 것이 아니고 신종무님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빌려왔습니다. 음반을 안 갖고 있는 건 아닌데, 스캔하기 귀찮아서요(웃음). RADIANT SILVERGUN SOUNDTRACK+ # TYCY-5613 (재판:......more

Linked at Purgatorium : RA.. at 2007/07/05 00:24

... 으면 따로 언급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분간은 아닐 것 같군요. 곡 별 감상이나 다른 디테일 적인 이야기에 대한 언급들은 이후로 미루겠습니다. 레디언트 실버건에 대해서 용당주 님의 감상문도 추천합니다.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글입니다만. ... more

Commented by yser at 2005/10/21 15:35
제가 이 게임을 할 때는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마지막의 그걸 보고 아 반복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말이죠. 다만 그라디우스 V 의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 제작진이 트레저라고 하니 왠지 납득이 갑니다. 레이디언트 실버건과는 좀 다르지만 캐릭터 성 없이 연출만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알 타입 델타 때와 마찬가지 였네요.

슈팅 게임의 재미로서는 꽤 재밌게 했는데, 스토리에 대해서는 그리 생각을 하지 않았던 듯.. 단 탄막 슈팅으로선 경악을 했습니다. 탄 때문에 배경이 안보이는 경험은 이게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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