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변경, 새 기분으로 새 시작…… 하려다 말았슴다.
by 용당주
[감상] 소녀혁명 우테나. (2003/12/17)
    옛날에 신세기 에반겔리온이라고 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나온 것은 1995년이었지만, 용당주는 1996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 애니메이션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옛날 애니메이션과 특촬물등에 기초한 하드한 스토리 라인과 멋진 연출때문에 용당주는 무척이나 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거기에는 사다모토씨의 멋진 그림도 있었구요.(…… 레이랑 아스카가 맘에 든다는 말을 직접 하지 못하는 용당주. -.-)

    그런데, 그 애니메이션은 용당주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만들었습니다. 극장판을 보고 난 용당주는, 그 퀄리티에 감탄하면서도 기분이 무척이나 나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1997년 가을. 용당주는 기동전함 나데시코라고 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습니다. 굳건한 패러디 정신으로 무장한 이 애니메이션을 용당주는 역시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게키강가 3라고 하는 걸작 액자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까요. …… 그런데, 봐 나가면서 용당주는 절망하게 되었습니다. ' 나는 대체 무엇에 열광한 것일까? ' 아마도 게키강가 V가 등장하는(즉, 지구에서 나데시코의 메인 컴퓨터인 ' 오모이카네 ' 의 자료를 삭제하려고 할때.) 화였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때. 지독하게도 희화화된 이야기에 절망해 있을때, 오모이카네가 자신을 지키기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 게키강가 3 ' 였습니다. …… 인공지능인 오모이카네에게도 ' 게키강가 3 ' 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용당주는 울었습니다. 용당주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 멋진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웃음의 대상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이 일들 사이의 인과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이해해 주실 분도 몇분은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 어떤 감정의 고조도 느끼지 못하게 된(…… 사실 비웃음은 늘었습니다만.) 자신을 보면서 무척이나 서글펐습니다. 낡아빠진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있던 낭만 …… 그리고 그것만으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 그것들을 도저히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용당주는 ' 소녀혁명 우테나 ' 를 발견했습니다.

    치호 사이토(…… 싫어하는 작가는 아닙니다만, 도저히 남자의 정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의 디자인, 세일러 문 시리즈의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 각본가는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각본에도 참가한 적이 있는 에노기도 요지라는 화려한 스탭. 우연히 들었을 뿐인데 무의식중에 흥얼거리고 있던 삽입곡 ' 절대운명묵시록 ' . 미묘한 분위기. 미스테리한 설정. 용당주가 좋아하는 바로 그대로였습니다.

    …… 그런데도 용당주는 망설였습니다. 어쩐지 무엇인가 사기를 칠 것만 같은 느낌에, 어쩐지 통신망마다 올라와 있는 극찬. 각종 상징에 대해 해석하려 하는 사람들. 풍부한 이미지와 상징, 미스테리한 분위기에 멋진 연출. 결국 마음에 들지 않아 …… 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던 신세기 에반겔리온과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해져버리면 담담해지는 것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용당주는 우테나를 안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 결국 용당주를 우테나로 잡아끈 것은, 그 누구의 감상도 아니었고, 화려한 스텝도 아니었습니다.

    오쿠이 마사미씨가 부른 오프닝 ' 윤무 ∼ Revolution ∼ ' 이었던 것입니다.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가자.
결국 두 사람 헤어질 수 밖에 없다해도,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야.

결국 두 사람 헤어질 수 밖에 없다해도,
나는 세상을 바꾸어 놓겠어.

    노래 중간중간에 삽입된 Take My Revolution이라는 문구, 마지막에 사람을 확 깨게 만드는 ' わたしは せかいを かえる ' 라는 이 말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아서 결국 우테나를 보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우테나에 대해 아시는 분이라면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테고, 모르시는 분이라면 요약되어버린 이야기를 들어서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부탁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자신이 느낀 감동을 되새기면서, 자신과 다르게 느낀 사람에 대한 궁금함으로 이 글을 읽어주십시오.

    용당주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애니의 전체를 증명하고, 이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1200% 끌어올리고, 동시에 용당주에게서 몇년만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마지막 장면에 대한 것으로 족합니다.

    모든 일들을 조종하며 뒷쪽에 서 있던 오오토리 아키오. 전날 밤에 히메미야 안시와 어느정도 공감을 나누었던 우테나는 아키오와 싸우기 위해서 결투 장소로 향합니다. 결투에서는 우테나가 이기지만, 최후의 순간 안시가 우테나를 뒤에서 찔러서 우테나는 쓰러집니다. 안시의 말은 한 마디. ' 당신은 왕자님이 될 수 없어. 여자애니까. ' …… 그리고 아키오는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지금까지 상징처럼 보여왔던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결국 우테나에게서 뽑아낸 검도 안시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키오는 포기하려고 하는데 …… 우테나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안시를 가두고 있는 문으로 다가갑니다. 어떤 검으로도 부술 수 없었던 그 문을, 피투성이의 우테나는 열어제치고 안시를 괴롭히고 있던 백만개의 검을 대신 몸에 받습니다.

    …… 장면이 바뀌어 안시는 오오토리 학원을 떠납니다. 안경을 벗어버린 안시는 엣날과 달리 결의어린 표정으로, 이번에는 자신이 우테나를 찾아내겠다고 말합니다.(그리고, 엔딩곡이라고 할 수 있는 ' Rose & Release ' 가 흐르면서 우테나는 끝이 납니다.)

    우테나는 ' 왕자님 ' 이 되겠다고 결심한 소녀입니다.(그 과정이 어쨌든간에.) 그리고 아키오는 한때 왕자님인 ' 디오스 ' 였지만, 이제는 현실에 안주하려하는 ' 세계의 끝 ' 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우테나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있었어야 할 안시는 어떤 이야기에서는 ' 마녀 ' 로, 혹은 ' 왕자님의 누이 동생 ' 으로 되어있지만 어쨌든 아키오에게 의지하고, 자아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 눈뜨지 못한 소녀입니다.(…… 그치만그치만, 우테나도 안시도 사실은 겨우 열 네살밖에! -.-)

    우테나가 페미니즘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작품내의 표현을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멋진 남성이어야 할 사이온지, 토가, 아키오는 그야말로 밥맛이 떨어지는(-.-) 인물들.(뭐, 용당주는 사실 귀엽다고 생각하며 봤습니다만. ^^) 모든 이야기에서 최후에 승리하는 것은 ' 사랑 ' 이라고 하지만, 우테나에서 승리하는 것은 ' 우정 ' 이니까요. 뭐, 꾹꾹 우겨서 ' (동성간의) 사랑 ' 이라고 하시겠다면 할 말 없습니다만. ^^

    그리고 용당주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가치가, 여성만을 위한 페미니즘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테나는 왕자님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안시는 우테나가 여자이므로(33화, 밤을 달리는 왕자 …… 에서 우테나는 아키오와 잤습니다. 용당주는 경악했습니다. 너는 아직 중학생이란 말이다, 우테나앗!) 왕자님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그렇지만, 결국 우테나는 안시를 가두고 있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안시는 ' 자신을(그것으로서 세상을) 혁명 ' 했습니다. 결국 우테나는 안시를 구해냈습니다. 왕자님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그때의 약속을 지켜낸 것입니다.

    결국, 왕자님이라는 것은 …… 남녀라는 성별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우테나 전체에서 계속 말해지고 있던 ' 고결한 마음 ' . 그것이 우정이든, 사랑이든 …… 그 고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왕자라는 겁니다.

    그러나 우테나는 왕자님이라는 것이 남자만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안시는 구해냈어도 자신은 구해 내지 못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감독인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은 어재서 우테나가 사라져버린 것이냐는 질문에 '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테나가 사라진 것도, 아키오가 그 세계에 그대로 남은 것도, 안시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떠난 것도 모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 라는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이 이야기 자체는 어찌되었다고 해도, 자신의 솔직한 기분이라는 것이겠지요. 이상이라는 것은 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우테나가 사라진 것.), 지금의 상황에 멈춰서 있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아키오가 학원에 남은 것.), 그렇지만 그래도 앞으로 걸어나가고 싶다(안시가 학원을 떠나게 된 것. 우테나에서도 말해지지만,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 알을 깨고 나온 것 ' .)라는 것 모두가 그의 기분이라는 것이겠지요. 신념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대불변이어야 하고, 이야기는 반드시 해피 엔딩이어야만 한다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 아아, 그래. ' 라고 동조하게 되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뭔가 쓰고 있는 글쟁이라서, 그 마음을 약간은 알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입니다.

    …… 그렇지만, 그래도 우테나는 용당주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겉멋으로 가득찬 대사를 지껄이는 것이 아니라,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걸으면서 용당주에게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헐떡이면서, 엉망이 된 손으로 문을 잡아 당기면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비참해져버린 상황에서 …… 그녀는 용당주를 감동시켰던 것입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안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알을 깨고 나올 용기를 낼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수 많은 상징도, 복선도, 이야기도 이미 머릿속에서 떠나버리고 하나의 감정만이 용당주에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 이야기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것은 무척이나 오래간만이었습니다.
by 용당주 | 2003/12/17 00:00 | 감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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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나 논문과 팬들..2002년 논문 발표자 Bat- 회화적특징 씨네필-역사속에서 사이암-융 심리학과 우테나세계관 살아가자-듀얼리스트 그들에혁명에 관하여 권순구- 이원성과 혁명 블로거들 용당주 장미의 신부 곧 사이트 리뉴얼 예정인데 더있는 분 덧글,메일 등 바랍니다 siana 소녀혁명 우테나 ... more

Commented by Ciel at 2009/02/13 08:12
가려진 스포일러는 안 읽었지만, 이걸 보고 소녀혁명 우테나를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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